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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민경H_Agnes
작성일 2020-08-13 15:12
ㆍ조회: 540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다.

프랑스면 파리, 파리하면 루브르를 다녀와야 "나 파리 좀 가봤어" 할 수 있을테다.
온 세상의 난다긴다 하는 예술품들을 모아 놓은 루브르에서 내가 한참 머무른 그림이 있다. 

리슐리외관에 있는 16세기 플랑드르 출신의 풍속화가인 피테르브뢰헬(Pieter Brugel the Elder)의 그림이었다. 제목은 [The Blind Leading the Blind(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다)].
하는 업이 무섭다고, 딱 봐도 장애인을 그린 듯한 그림이고, 제목 역시 그러했기에 한참 들여다본 것이다. 나중에서야 제목이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알았다.  


[브뢰헬, "소경이 소경을 인도한다", 1568년 캔버스에 템페라, 86*154, 루브르, 파리]

다행히랄까? 브뢰헬이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해서 그린 그림은 아니었고, 마태복음에서 어리석은 지도자를 비유하는 내용의 문구를 그림으로 나타냈을 뿐이고 풍속화가다 보니, 그림체가 조금 더 익살스러웠으리라 이해를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비유적 표현을 보면서 이 그림이 떠올랐다. 참 상황을 장애에 비유하는 것의 역사가 오래도 되었구나 싶었다. 16세기 북유럽에서도 그랬고, 서기가 시작되자 마자 마태오가 복음서를 쓸때도 그러했구나 싶다.

뭐든지 적절한 비유는 대중의 인식을 환기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것은 맞다. 효과성이 좋다는 말이다.
문제는 효과성이 좋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불편함을 부정적인 상황으로 비유하는 것을 지속하는 것은 올바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장애라는 것이 비유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긍정적인 비유는 없었다. 마태오도 나쁜지도자를 장애에 비유했지 않은가.
부정적인 장애에 대한 비유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확고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왠만하면 하지 맙시다 하는거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이것저것 있습디다. 왜 못쓰는 겁니까?
라는 질문에 굳이 대답을 하자면
"못쓰는게 아니라, 쓰다보면 장애는 계속 나쁜거라는 인식이 박히고, 그 인식은 결국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상황을 더 만들어주게 됩니다. 그러니까 좀 자제합시다." 라고 말이다.

"대구스럽다"라는 말이 보수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고 형편 없다. 라는 뜻으로 요즘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민으로서 몹시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대구스럽다 라는 뜻이 점점 비유적으로 많이 쓰인다면 다른 "대구스러운" 것들을 다 제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콘크리트처럼 굳어질 것이고 대구는 뭘 해도 부정적이고 안좋은 도시의 전형으로 이어질 것이다.
'장애'는 개인의 잘못도 아닌데 이미 수천년 동안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오고 있지 않은가.
브뢰헬이 살았던 16세기에 뭔 인권감수성을 기대할 수 있었겠냐마는, 그래서 루브르에도 멋있게 그림이 걸려있겠지만, 지금은 21세기이지 않은가?
이제는 나와 다름에 대해 생각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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